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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긴글/003.우당탕 회사생활

#7 - 퇴근 시간 직전. 일.

by 나는훈님 2024. 7. 21.

 

한때 한창 일에 재미를 붙이고, 상사의 일을 무리해서 빠르게 해내던 시기가 있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일을 했었다.

 

퇴근 직전의 업무 요구와 그로 인한 퇴근 5분 전에 하게 된 갑작스러운 야근.

금요일 업무 요청으로 인한 주말 출근.

갑작스러운 주말 동안의 업무 요청.

휴가 중의 업무 요청.

 

몇 년간 이런 방식으로 업무 요청은 지속되었다.

 

회사의 일의 성향은 긴 시간 동안 장기적으로 이뤄내게 되는 일인데,

업무 요청은 마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처럼 업무 요청을 한다.

 

급박할 것같이. 하루아침에 해내지 못하면, 큰일 날 것 같아 보여서 요청한 업무를

야근, 철야를 하며 일을 마치면, 잘되는 경우도 있고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결과는 똑같았다.

 

잘 못해낸 경우는 끝임 없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빨리 완성하기를 재촉당한다.

야근과 철야가 장기간 반복되는 상황에서 인력도 부족한 그런 상황에서 예측된 결과임에도

실무자가 처한 상황은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

 

잘 해낸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바꿔서 처음의 흔적은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급한 일이 아니라. 그냥 빨리 보고 싶었던 회사와 상급자의 결정이었던 것이다.

논의가 별로 없이 이리저리 날뛰는 식의 결정. 혹은 검토가 전혀 되지 않고 막무가내식 요청이었기에

만들어진 결과는 남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잘 해낸 직후에는 약간의 격려가 있지만, 시간이 흘러 바뀌게 되었을 때는

실무자에게 불필요한 것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무능한 취급을 당한다.

정작 결정권자에게는 당신이 이렇게 만들자고 했고,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었다고 항의해 보지만,

그런 말은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몸상태가 좋지 않아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잠든 날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하는 일들이 야근, 철야를 하면서까지 해야만 하는 일이었나?

이리저리 미친 듯이 날 뛰며 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 좋은 업무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점점 꼭 필요한 야근만 하며, 급작스런 야근, 철야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렇게 미루면, 정말 필요한 일만 남거나, 어느 정도 다듬어진 업무 요청이 왔다.

급박한 업무 요청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