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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긴글/001.오락실 동전 꼬마

오락실 동전 꼬마 #1 - 문방구점 앞 작은 오락기계

by 나는훈님 2024. 7. 9.

* 문방구점 앞 작은 오락기계

 

문방구점 앞 작은 오락기계를 물끄러미보는 꼬마가 있다.

시간이 계속 흘러도 혼자 계속 오락기계를 쳐다보고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지만,

꼬마에게는 오락기를 할 수 있는 동전이 없었다.

 

게임을 할 순 없지만, 게임하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어,

오락기의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버튼도 눌러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방구점 주인아저씨는 돈을 넣고 게임하는 게 아니면,

오락기를 만지지 말고 집에 가라는 문방구점 아저씨의 말을 듣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꼬마는 오락기와 어정쩡한 거리를 유지한 채

오락기계 화면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어쩌다 용돈이나 심부름 값으로 동전 몇 개를 받은 날이면,

문방구점 앞 작은 오락기계에서 게임을 몇 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꼬마가 하기에는 게임은 너무 어려웠고,

얼마 가지 못해 게임은 끝이 났다.

 

그래서 꼬마아이는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는 구경하는 시간이 많았다.

 

오락기에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면, 꼬마아이가 조종하는 대로 게임 속 화면이 반응을 하겠지만,

마음껏 게임을 할 만큼의 동전이 없었던 꼬마는 오락기를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등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갔다.

 

비록 작은 오락기 화면 속 세상이었지만, 꼬마아이에게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문방구점 오락기를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히 동네 사람들 눈에 띄었고,

어쩌다 친구의 부모님 눈에 띄고 상황이 맞으면, 운 좋게 동전을 쥐어줘서

게임을 몇 판 하는 행운을 누리는 경우도 있었다.

 

꼬마의 친구들 중 붙임성 좋은 친구와 마주쳐서 같이 하자며 오락기에 동전을 두 개 넣고

같이 앉아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하는 시간보다 오락기를 구경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체들과 사람, 동물, 비행기 등등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는 오락기계는 꼬마의 마음을 계속 사로잡았다.

 

오락기계를 보는 꼬마의 머릿속은 마치 장난감 놀이를 하듯 상상 속에 빠져 있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영웅이었다.

게임 속 주인공들이 물리치는 악당들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악당이었다.

게임 속 내가 조종하는 비행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행기였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비행기 조종사였다.

 

한 개의 오락기계는 한 개의 게임만 보여주었다.

다른 게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은 꼬마아이는, 다른 오락기계가 있는 곳이면 동네 어디든 찾아다녔다.

 

동네 문방구점 여러 곳, 슈퍼마켓, 시장.

심지어 꼬마아이에게는 먼 옆동네까지.

 

다른 오락기계 앞에서도 꼬마 아이는 여전히 동전을 넣고 게임하는 시간보다는

게임을 구경하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상상의 종류가 늘어나고, 깊이 또한 깊어갔다.

 

공룡, 군인, 비행기 조종사, 카레이서, 용사, 영웅 등등

 

하루종일 상상에 빠져 심심할 틈이 없었다.

 

문방구점 앞 작은 오락기계를 좋아하던 아주 어린 꼬마는

다양한 상상력을 가지게 된다.